바로 국제적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어나니머스에 의한 우리민족끼리(우민끼) 가입자 명단이 일베를 통하여 발표된 지 불과 4개월 밖에 안 됐는데도 도대체 수사를 하고 있는 건지 마는 건지 새카맣게 잊고 지내는 현실이다.

왜 이번 이석기 사무실 압수수색에 맞춰 우민끼 가입자 명단 사건 같은 용두사미가 생각나느냐고 하면, 이번 이석기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보여준 국정원의 물렁한 대응방식과 우리 정부의 배알 없는 대북태도 때문이다.

우선, 국정원이 28일 오전 7시부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가운데, 통진당 이석기는 변장하고 도망치려고 했다고 하며, 국회 의원회관 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 앞에서는 수사관들에게 통진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저항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틀 전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 들락거리던 이석기가 압수수색 직전에 도망갈 수 있는가? 검찰이나 법원 내에 이석기와 내통하는 자가 있기 때문 아닌가.

그제(8.26)에 법정에서 국정원의 방첩활동을 뉴매카시즘이라고 공격한 부장검사 2명과 빨갱이로 판명난 진재선도 내사대상에 올려야 할 것이며, 특히 국보법 폐지, 주한미군철수, 맥아더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연대에 한두 번도 아닌 여러 차례에 걸친 후원금을 낸 바 있고, 댓글수사에 CCTV화면 조작까지 해가며 국정원 죽이기에 앞장서서 맹활약중인 진재선 검사를 국정원 댓글사건 주임검사로 발탁한 채동욱 검찰총장도 수사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이석기 사무실 앞을 가로막은 통진당 의원 및 보좌관과 장시간 대치하느니, 압수수색 영장도 있으니 당연히 한 마리 씩 끌어내야지, 어떻게 통진당 관계자가 “이 의원의 행방을 밝힐 수 없지만, 당 지도부와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는 식의 조롱이나 듣고, 그 와중에도 기자가 마이크 갖다대니까 이정희가 태연히 색깔론과 공안탄압 들먹이는 비난 인터뷰나 해대게 하면서, 차단된 사무실 안에선 증거서류를 파쇄 할 시간까지 주는가 말이다.

이석기는 다음날인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참석하여 “혐의내용 전체가 날조”라고 말하고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이 진보와 민주세력 탄압을 하고 있다”면서 “유사 이래 있어본 적이 없는 엄청난 탄압책동”이라는 새빨간 야바위를 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문제는 남북문제이다.

이번에 이석기가 전쟁 시 北 도울 준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은, 다시 한번 북한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임을 확인한 계기가 되는 것이므로 일단 우리는 남북대화 일정을 중단시키는 게 맞다.

게다가 파나마서 적발된 북한 청천강호에서 ‘실전용 무기들’이 발견되는 등 저들의 호전적 태도가 전혀 바뀔 기미조차 없는데도, 뭐 “금강산회담 10월 2일 열자”고?

이는 자기 집을 털려고 계획한 게 탄로 난 강도에게 강도라는 사실을 논외로 두고 다른 일 가지고 따로 만나자는 격 아닌가.

참으로 배알도 없는 정부임을 넘어서, 이중인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닌가 말이다.

정미홍이 “다 잡아들이세요, 검사님 화이팅” 글 올린 것 가지고 벌써 동아닷컴 저널로그의 엉슘맘 같은 이가 정미홍을 비난해대고, 관망적인 태도로 본색을 숨기던 민주당도 ‘대공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국정원 개혁안 초안 마련하는 중이란다.

그 정도로 좌파들은 그들에게 불리한 사태에 대하여 물타기 하는데 빠르다는 것이다.

보라, “KT 혜화지사 등 구체적 습격목표 정해”라는 기사를 봐라, 섬뜩할 정도로 치밀하지 않은가.

2002 대선 전자개표 부정문제로 이를 조사발표하기로 한 2003년 1월에 전국적으로 갑자기 인터넷 마비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때 원인 장소로 들먹인 장소가 혜화동 KT 지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KT 내부에서도 그만한 동조자가 있다는 생각이 안 드는가.

그래서 말인데, 이명박이 천안함 폭침 때 증거찾기로 시간 보내다 흐지부지 된 예도 보았듯이, 제발 이번 이석기 건만큼은 우민끼 건처럼 어물쩡거려선 안 된다고 본다.

뭐? 체포동의안에 야당의 협조?

만일 그런 걸로 야당이 딴지건다면 까짓껏 박근혜가 야당을 해산해버리라는 것이다!

걸핏하면 청와대 지하벙커 들어가면서, 이런 일에는 무덤덤하다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어쨌든, 절대 용두사미 되는 실책을 범하지 말길, 남재준 원장에게 간곡히 빌어본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