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오늘의부정부패 > [좌파 박멸]아들에게 정권을 물려주는 7개 나라

김정일이 셋째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는 현대사에 유례를 볼 수 없는 3대(代) 세습이자 세계적 정치 스캔들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부자간 혹은 형제간 '세습독재'를 하는 나라는 7~8개 국가가 꼽힌다. 겉으로는 공화주의 정체를 갖추고 있으나 허울뿐이고 내용은 절대 왕정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 국가에서 세습 독재가 등장하게 된 정치·사회적 배경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저성장·고실업의 열악한 경제 환경
▲잦은 쿠데타와 정정(政情) 불안으로 인한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
▲지속적인 민족 혹은 종교 간 분쟁 등은 공통점으로 거론된다.

◆득표율 98%… 출마 위해 헌법 개정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사망한 2000년, 아들 바샤르는 국민투표에서 97.2%의 찬성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2007년 5월 치러진 대선에도 단독 출마해 97.6%를 득표했다. 선거에서 이 정도의 득표율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나라는 이제 지구상에 북한과 시리아만 남았다. 큰 키에 조근조근한 말투, 웃을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알려진 바샤르 알아사드에 대해, 집권 초에는 "아버지 세대 혁명가들에게 억눌려 단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집권 10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 세대는 대부분 2선으로 후퇴했고 바샤르의 권력 기반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무자비한 반대파 탄압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서방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시리아가 완벽하진 않지만 모든 나라는 거쳐야 할 단계가 있고 시리아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며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조지프 카빌라 현 대통령은 2001년 군벌 지도자 출신의 아버지 로랑 카빌라(Kabila) 전 대통령이 암살된 직후 대통령직을 맡았다. 2005년 '35세 이상'인 헌법상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을 '30세 이상'으로 고친 뒤 이듬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아버지 카빌라의 친자(親子)가 아니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반군 시절 아동 병사의 징병과 운용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프랑스 르 몽드는 지난주 "현 콩고 대통령이 인접국 르완다군과 협력해 반군들의 학살 사건을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카빌라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통제 불능인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선거부정 만연… 비난엔 '모르쇠'

아버지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이 통치하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아들 일함이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SOCAR)의 부사장으로 서방 에너지기업들과 석유개발 계약을 마무리하면서부터다. 이후 일함은 국회의원, 유럽 주재 대표, 총리 등으로 후계자 코스를 밟았다. 2003년 10월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 득표율은 77%다. 국제기구들은 "불공정한 선거운동, 투표 방해 등이 만연했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일함 대통령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2006년 4월엔 미국을 방문해 외교협회(CFR)에서 연설하고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회담했다. 당시 미국언론들조차 "선거 부정과 권력 세습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공산혁명 1세대' 간의 권력 이동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나, 쿠바 역시 부자(父子)가 아닌 형제간 권력 세습의 드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라울 카스트로(79)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형 피델(84)의 뒤를 이어 국가의 최고 지위에 올랐다. 라울은 쿠바 국가평의회에 형 피델의 자리를 비워 놓고 자신은 항상 두 번째 자리에 앉으며 깍듯이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형과 자신이 만든 소비에트식 계획경제의 개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잠재적 후계자들 치밀한 '대권 행보'

사이프 알 이슬람 무아마르 알 카다피(38)는 카다피(68)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이다. 일곱 아들 중 권력 승계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영국 런던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헌법과 투명한 선거가 실현되기 전에는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 권력은 독점해선 안 되며 공직 진출 기회는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1969년 이후 42년째 권력을 독점하는 아버지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외신들은 이를 "집권 세력 내의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만들어 국민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이프는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슬람권 국가들에 막대한 지원을 하는 '카다피 국제 자선재단'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이집트에선 호스니 무바라크(82) 대통령의 차남 가말이 후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중동의 명문인 카이로 아메리칸대(AUC) MBA 출신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런던 지점에서 근무했고 투자은행 경영진으로도 활동했다. 중동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서방 대학 출신의 고학력 전문직'이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십분 활용해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미래 세대 재단(FGF)'을 설립해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하고 외국기업 취업을 주선한 것이다. 최근엔 빈민가 재개발 지역을 직접 방문하거나, TV에 출연해 식료품 보조금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활동 폭도 넓히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자원 대국 카자흐스탄에도 잠재적 대권 후계자가 있다. 2012년 대선이 시행되면 대권을 이어받을 가장 강력한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70) 대통령의 맏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47)다. 그녀는 2개 채널과 1개 위성 TV를 운영하는 카자흐 최대 방송사 '카바르'의 설립자로 주로 미디어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