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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방화범으로 모는 삼성화재

“불나서 가게 잃고, 방화범 누명쓰고”... 검찰, 올 1월 무혐의 결론

삼성화재가 화재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기는커녕 도리어 고객을 3년간 방화범으로 몰아세운 사실이 밝혀져 충격적이다.

경북 김천에 거주하는 류모씨는 "30대 젊음을 바쳐서 일궈낸 가게를 하루아침에 화재로 날려버린 것도 통곡할 노릇인데, 삼성화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손해사정회사와 합작해 나를 방화범으로 고발했다"면서 "검찰에서 올 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삼성화재는 여전히 고의 방화를 주장하며 보험금을 최대한 깎으려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측은 "현재 민사재판이 진행 중이며, 법원에서 판결하는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류모씨는 지난 2002년 7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자신이 운영하던 100평 규모의 레스토랑을 잃고 허탈한 심정을 가누지 못했으나 가입해둔 화재보험이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믿었던 보험사는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몽둥이가 되어 뒤통수를 때렸다. 화재가 발생하자 삼성화재는 태양손해사정(주)에 위임장을 발부했고, 태양손해사정측이 류씨를 방화범으로 경찰에 고발한 것.

이때부터 류씨는 방화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3년여에 걸쳐 수십 차례 경찰과 검찰을 들락거리며 치욕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류씨가 누명을 벗은 것은 올 1월.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류씨에게 증거불충분으로 무고 혐의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에서 "화재가 방화로 인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설사 화재가 누군가의 방화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피의자의 행위로 인한 방화이거나 피의자들의 방화교사나 또는 방조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조사에서 김천지역 명예 119구조대원이었던 류씨는 사건 당시 하계수련대회 참석차 대천해수욕장에 갔었고, 화재가 발생한 날 새벽에 소식을 접했다는 것이 참고인 진술에 의해 확인됐다.

이와 관련 류씨는 "삼성화재와 태양손해사정은 검찰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단 한 마디 사과 없이 계속 방화에 의한 화재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검찰에서 류씨의 무혐의가 밝혀지자 태양손해사정측은 화마로 소실된 레스토랑의 모든 집기와 비품이 지난 92년에 구입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90%를 감가 삼각한 10%의 보험료만 주겠다고 통보, 다시 한 번 류씨를 절망에 빠뜨렸다.

특히 태양손해사정 김모 차장은 집기·비품 구입 명세서를 100% 요구하며 "숟가락, 젓가락 하나까지도 다 영수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류씨가 삼성화재 무배당오너플러스안심보험에 가입한 금액은 5억원5백만원. 류씨는 "이 금액은 삼성화재측이 시설·집기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사진 찍어 본사에 보고해 산정한 금액"이라며 "화재 발생시 지급하기로 산정한 보험가입금액이 화재 발생 후 갑자기 1/10로 줄었다면 누가 이것을 수긍하겠느냐"고 격앙된 음성으로 말했다.

이어 류씨는 "내부 인테리어는 2001~2002년에 걸쳐서 리모델링했으며 TV, 에어컨, 뮤직기기, 주방기기, 냉장고, 소파, 테이블 등 거의 모든 집기가 2000년 이후에 구입한 것"이라면서 "가게를 인수한 시기가 96년인데 시설·집기들을 92년에 구입했다는 주장은 어디서 근거한 것이며, 또 92년도에 56인치 프로젝션 TV가 과연 생산되었는지 삼성화재에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류씨는 "수개월 동안 어렵게 영수증 수십 장을 구하여 김모 차장에게 보여주었더니, 본사에 가지고 가야 한다기에 담당 변호사를 통해 2주안에 되돌려 받기로 하고 건네주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그걸 돌려주겠느냐'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삼성화재와 태양손해사정이라는 회사는 법도, 인권도, 고객도 없는 무법천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현재 류씨는 보험료 액수를 놓고 삼성화재와 상주지원에서 법정공방 중이며, 법원의 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류씨는 "태양손해사정 김모 차장은 자신의 입으로 '나는 삼성화재에서 파견되어 근무한다'고 얘기했다"면서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삼성화재가 직접 나서지 않고 중간에 손해사정회사를 내세운 것은 나중에 혹 문제가 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한 속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류씨는 "김모 차장이 나를 검찰에 고소할 당시 '삼성화재에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모든 영업주들을 일단 방화범으로 본다'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삼성화재의 도덕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류씨의 방화 혐의가 검찰에서 무고로 판결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고의 방화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화재 당시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서 화재현장 감정결과 100% 방화로 단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피의사건 처분통지서를 살펴보면 국과수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긴 했으나 정확한 화재원인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다.

또 이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했다면 고의적인 방화를 의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법원에서 판결하는 대로 보험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원칙적인 답변만 고수했다.

토요신문 최일혁기자([email protected]) [2005-05-26 오전 10:51:31] 8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