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동본부, 몸싸움 등 5시간 대치 끝에 해산
‘묻지마’ 도로점거에 일부 주민 흉기 들고 위협
국본 및 관련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날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유명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산명리에 위치한 백마고지에서 대북전단 600만장을 날릴 계획이었으나 대마리 마을주민들이 트랙터와 트럭 등을 동원해 불법으로 진입로를 막아서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18일에도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를 저지한 바 있는 이곳 주민들은 생존권과 경제권 문제를 전단 살포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이근용 대마리 이장은 “이날 대북전단을 날릴 경우, 북한이 경고한 대로 조준 격파로 우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추모행사만 하고 풍선을 날리지 않는다면 길을 터주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오늘도 민간인출입통제선 근처에서 일하다 대북전단을 날린다는 소식에 군 부대의 출입통제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나와야 했다”면서 “지금 못자리를 잡는 시기라 일꾼까지 사서 들어갔다가 나오는 바람에 인건비를 다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국본 측은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늘이 46명의 천안함 용사의 전사 1주기인데 아들 같은 용사들을 생각해 백마고지에서 추모행사나 퍼포먼스라도 갖도록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장시간 대치 끝에 퍼포먼스와 기자회견만 하는 것으로 합의점에 이르렀지만, 일부 극성 주민들이 이장의 절충안에 반기를 들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은 “노무현 분향소 철거한 서정갑을 죽여버려야 한다”, “서정갑 목을 따야 된다” 등의 말과 함께 욕설을 퍼붓자 단체 회원들 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주민은 거친 욕설과 함께 “천안함 용사가 무슨 용사고 북한 소행이냐”면서 “다 정부의 조작일 뿐”이라고 주장해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불법 도로점거와 물리적 충돌에도 경찰의 존재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단체 관계자는 “막무가내인 주민도 주민이지만 수수방관하는 경찰에 더 화가 난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해줘야지 가만히 서서 속수무책으로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대치 시간이 3시간이 넘어서자 일부 주민들은 도로에 자리를 깔고 막걸리를 마시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단체 회원들을 자극했고, 또 다시 상호 간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결국 백마고지 행을 포기한 국본은 인근에 위치한 옛 북한노동당사 광장으로 옮겨 기자회견을 열려고 발길을 돌렸지만 일부 주민들이 차를 타고 쫓아와 행사를 방해했다.
한 주민은 기자회견을 저지하기 위해 낫까지 들고 뛰어들어 또 한 차례 단체 회원들과 충돌이 일어났다.
다른 주민은 “이 기자회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주민들을 선동했고, 또 다른 주민은 “여기가 무슨 백마고지냐”며 현수막에 적힌 기자회견 장소를 문제 삼았다.
국본 회원들은 백마고지라고 적힌 현수막을 칼로 잘라내면서까지 기자회견을 시도했으나, 계속되는 주민들의 반대로 행사 취지만 간단히 설명한 다음 5시간의 실랑이 끝에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서정갑 본부장 “특정 정당의 사주 받은 사람들 있는 듯”
서울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분이 삭지 않은 듯 “대한민국이, 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이 이렇게 빨갛게 물들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본부장은 “주민들이 이장 말도 안 듣고 어떻게 백주대낮에 낫까지 들고 설치는지 모르겠다”면서 “분명히 순수한 주민들이 아니고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특정 당의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주민에게 빼앗은 낫을 들어 보이며, “마음 같아서야 강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런 흉기에 행여나 사고가 날까봐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행사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생명과 생업에 위협을 느끼는 주민들의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군 부대가 오히려 각종 경고문과 일방적인 철수를 통해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도로점거 등 온갖 불법행위를 방치한 경찰에게도 큰 실망을 했다”며 “이런 경찰들에게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주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개탄했다.
‘일본삐라보내기위원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니시오카 츠토무 교수는 “기자회견까지 방해하는 등 법치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니시오카 교수는 “기자회견 여부를 다수결로 하자고 선동하는 행위는 공산국가의 인민재판식 아니냐”면서 “낫까지 들고 나온 주민을 보고 배후세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살포하려던 대북 전단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실을 비롯해 중동민주화 혁명 소식, 금란교회가 준비한 복음전단 및 달러지폐, 김정일 정권 타도의 정당성 등의 내용이 실렸으며 일본 등 12개국의 민간인 납북 사실도 들어갔다.
김봉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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