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걸려 사경을 해매는 병자를 침 한방에 낳게 한다면 이는 명의다. 명의는 환자를 보는 즉시 어디가 잘못된 건지 천부적 감각으로 병명을 집어낸다.

물론 부수적으로 환자의 맥도 짚고 대소변도 관찰하지만 이는 처음 환자의 상태를 본 시진(視診)을 보충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현대병원 의사는 과학적 산물인 의료기기로 대신 환자병세를 검사하는 것일 뿐이다.

명의라고 그 시대에 꼭 유명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명의가 된다. 완치된 환자들이 자기를 낫게 해준 의사를 잠시는 고마워할지 모르지만 곧 잊어버린다.

병세를 진단한 뒤는 처방이 중요하다. 한의는 보통 一針. 二뜸. 三藥에 병세를 다스린다. 대게는 이 세 가지 의술로 환자는 완치를 본다.

명의라고 돈을 많이 버는 건 절대 아니다. 현실에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나 병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뤄, 떼돈 버는 겨우도 있으나 이는 몇 가지 특출한 의료기술에다 과대광고로 돈벌이를 하는 것뿐이다.

돈 많이 버는 의사 중에는 명의가 없다. 사람의 인체란 우주원리와 같아 간단하면서도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재물에 욕심을 내면 마음이 흐려 명의가 될 수 없다. 그래 화타 같은 명의는 훌훌 단신으로 천하를 떠돌았다.

난세에는 명의는 숨고 돌팔이만 설친다.

진정한 의료기술이 없는 돌팔이는 허명(虛名)에 의지한다. 간판과 허우대 좋은 용모. 매끄러운 말. 아니면 패거리로 세를 이룬다. 돌팔이가 명의 흉내 내는 데 걸리는 것보다 칼 든 강도에게 돈 털리는 게 더 낳다. 강도는 어쩌다 한번 뿐이지만 돌팔이에겐 하세월로 당하는 수가 있다.

세상 돌팔이여! 차라리 탬버린 들고 장터서 흔들어라! 그렇게 밥 먹고 사는 게 더 양심적이다.

중병 든 병자에게 이것저것 이름난 보양식 골라 먹이고 돌팔이가 청진기 흔든다고 죽을 병든 환자 건강이 치유될까?